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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렌트카 여행 : 파리 -> 이포르 해변이런나라 저런나라 2024. 11. 3. 16:56
영국과 마주 보고 있는 대서양 연안 노르망디 지역의 이포르, 페캉, 에트르타, 르아브르, 몽생미셸, 도빌/트루빌 및 옹플뢰르 등을 렌트카로 다녀 본 여행기를 몇 개의 글로 소개한다.
파리를 출발하여 다시 돌아오는 전체루트는 대략 1천 Km 정도되는 거리이다.
프랑스 전체가 나오는 지도로 보면 서쪽 일부 조금 다녀오는 정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서 출발해 인천 갔다가 군산이나 안면도 정도 갔다 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매일 부지런히 3,4백 킬로를 달려 3박4일이 걸렸다. 새삼 프랑스가 큰 나라임을 실감한다.
초간단 노르망디 역사
유럽출장을 처음으로 자주 가던 시절 인접한 유럽 나라들 끼리 왜 이리 언어나 문화가 다른지 궁금해졌다. 이후 틈나는 대로 서유럽 역사에 대한 책들을 읽어오고 있는데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재미가 좀 생겼다. 학교 다닐 때는 세계사를 배워 본 적도 없고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인데, 희한한 일이다.
여하간 노르망디는 약 천년전 프랑스를 침략한 노르만 바이킹들이 정착한 곳이다. 당시 프랑크 왕국의 샤를 3세(별명 '단순왕')이 파리를 사수하기 위해 바이킹들과 협정을 맺고 내어준 땅이다. 대신 바이킹들은 노르망디에 정착하여 지역방어를 돕는 조건으로.
프랑크 왕 입장에서는 대서양의 거센 바람으로 농사짓기 힘든 땅인 노르망디를 내주어 평화도 얻고 잘 싸우는 군사들도 확보하고 하니 일거양득의 딜이라 할 수 있다.
노르만 바이킹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척박한 고향(현 노르웨이)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프랑스 땅으로 정식 이주를 할 수 있어 이 역시 무자비하게 파리를 공격한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둘 사이에 윈윈 전략인 셈이다.
훗날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프랑스 문화에 동화 된 노르만인들은, 자신들보다 약 200년 먼저 요크York 지방을 중심으로 잉글랜드를 점령한 데인(Danes, 덴마크계)등의 바이킹들과의 잉글랜드 왕위를 놓고 치열한 전쟁(윌리엄 정복왕의 해스팅스 전투) 끝에 승리하여 현재의 영국 왕조에 이르고 있다.
결국 지금의 잉글랜드(영국), 노르망디(프랑스), 시칠리아(이탈리아) 등이 모두 노르만인들에게 정복되는데, 이러한 역사가 넷플릭스 드라마 바이킹스, 발할라, 라스트킹덤 등의 주된 스토리이기도 하다. 바이킹스 포스터 맨 왼쪽이 노르망디를 정복한 바이킹의 수장 롤로Rollo이다.
사설이 좀 길었지만 노르망디 역사를 언급한 이유는, 노르망디를 여행해 보면 파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엔나, 프라하, 마드리드, 밀라노 등과 함께 로마와 합스부르크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파리지역과 노르망디 지역은 서로 많이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고유의 매력이 있다.
자 이제 파리지엥이 가장 좋아하는 휴가지, 노르망디로 출발한다.
공항 근처 전시장(Paris Nord Villepinte)
드골 공항 근처에 서울의 코엑스 같은 큰 전시장이 있다. 여기서 출장 일정을 마치고 첫 행선지인 노르망디 북쪽 해안의 조그만 마을 이포르Yport로 출발한다.
이포르Yport 해안 마을로 출발
이번 여행에서 빌린 렌트카는 르노의 메간 투어링웨건이다. 한국의 SM3와 형제 차종인데, 파워트레인은 1.5L 디젤 수동변속기 차량이다.
해가 어둑어둑 지는데 하필 내비게이션이 속을 썩여 한참을 꼼지락거리다 결국 포기하고 폰 내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시골에 가면 폰 내비가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웬만하면 차량 내비를 쓰고 싶었다.맵 업데이트가 안되어있던 건지... 목적지 호텔주소를 입력하면 엉뚱한 스위스 국경 근처로 계속 안내를 한다. 옆에 있는 아내가 결국 짜증을 낸다. 도대체 언제 떠날 거야? 이러다 오늘 내로 못 갈 것 같아 일단 출발.
지도만 보면 금방 갈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 서울-대구 거리이다. 대신 길은 쉽다.
파리만 빠져나오면 세느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까지 A13 고속도로로 마냥 직진하다가 빠져나가 로컬 도로를 타고 바닷가 마을까지 가는 루트이다.
저녁은 휴게소에서 먹기로 했다. 어차피 한 번은 쉬고 가야 할 거리이다. 휴게소 뷔페 음식이 꽤 고퀄이다.
먹고 나니 벌써 밤이 깜깜하다. 서둘러 재출발.
파리에서 노르망디(대서양방향 서쪽)으로 가는 A13번 고속도로 휴게소 정보(최근에 이 고속도로는 톨게이트가 없어지고 번호판 인식을 통한 자동정산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렌터카 빌릴 때 이 시스템을 통해 사후정산이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부터 애로 사항이 생겼다. 로컬로 들어가니 가로등도 보기 힘든 칠흑같이 어두운 마을이 계속된다. 옆에 있는 아내가 무섭다고 난리다.
프랑스 시골 호텔에
밤늦게 도착할 때는 반드시...다행히 폰 내비가 시골에서도 끊기지 않고 잘 작동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시간이 밤 열 시가 넘은 뒤였다.
문제는 이때부터이다. 호텔 문이 닫혀 들어갈 수가 없다. 현관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주위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안 보이고 그야말로 고요의 바다이다. 결국 부킹닷컴 고객센터로 국제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호텔밖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 한 20분쯤 기다렸더니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주인아주머니 주무시는데 깨웠다고. 이 호텔은 밤 10시 이후에는 아예 정문을 닫는다고, 늦게 체크인하는 손님들은 반드시 사전에 호텔에 통보해야 한다는.
또 하나 배우고 간다.
유럽 시골 호텔에 밤늦게 체크인할 때에는 예약 시 반드시 사전 메모를 남겨 호텔에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를 추천드린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에서부터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호텔 라 시렌 (Hotel La Sirene)
다음날이 밝았다.
호텔 창문을 여니 이포르Yport 해변이 바로 보인다. 노르망디 하면 떠오르는 석회암 절벽이 바로 보인다.첫 행선지로 여기를 고른 이유는 이날 구경할 페캉과 에트레타 중간에 위치하면서도 예쁜 바다가 있는 조용한 마을이기 때문이었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굳이 숙소를 유명한 관광지에 잡을 이유가 없다. 호텔비도 비싸고 주차하기도 힘들어진다. 나는 가급적 여기서 한 20~30분 떨어진 조용한 마을을 선호하는데 이포르는 내 기준에 아주 딱 맞는 곳이었다.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가니 빵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호텔에서는 빵을 직접 만들고 있었다.
빵을 직접 만들다 보니 조식이 나오는데 한 20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덕분에 노르망디 바다를 한참 동안 멍하게 볼 수 있어 좋긴 했다.
결국 조식이라고 나온 게 빵, 잼, 오렌지주스 그리고 커피가 끝이다. 이거 하느라 그렇게 바빴던 겨?여하간 빵하나 먹고 경치 좀 보고 조식은 끝이다. 이제 바닷가 산책을 나가 본다.
쌀쌀한 가을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바닷가인데, 여름에 쓰는 방갈로는 일 년 내내 그대로 두는 것 같다.밤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컴컴해서 좀 음산해 보였는데, 아침이 되니 호텔이 나름 아기자기하다.
이포르Yport 해변
밖으로 나오니 자갈이 많은 해변과 잔디밭이 눈에 띈다. 휴가철에 쓰는 건지 조그만 배들도 여럿 보인다.
노르망디에서 무한 반복되는 회색 절벽 뷰이다.
비바람 부는 이 석회암 절벽은 노르망디의 시그니처 뷰이다. 날씨가 쨍 할때 하고 흐릴 때하고 느낌이 정말 다르다.그 옛날 프랑스 왕이 바이킹들의 침략을 멈추게 해 준 고마운 땅인데 왜 여기를 하사 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침에 으스스하던 날씨가 좀 맑아졌다. 동네 느낌이 확 다르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바닷가에 사람이 정말 없다.
해가 뜨니 하늘이 너무 예쁘다. 저 바다 건너가 영국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흔적
노르망디를 다니다 보면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흔적 들을 도처에서 찾을 수 있다. 이포르 해변은 주 상륙 지점이 아니었지만 여기에도 곳곳에 포탄의 흔적이나 방공호 같은 것들이 남아 있다.
방공호옆에 십자가 예수상이 있는 걸 보니 왠지 숙연해진다.
왜 하필 그때 태어나서 이 먼 곳까지 와서 목숨을 바친 수많은 군인들의 심정을 잠깐 생각해 본다.똑같은 장소를 이렇게 여행할 수 있도록 좋은 시기에 태어난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첫 이동지 페캉Fecamp으로 출발한다.
이어지는 노르망디 여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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