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르 바다에서의 평화로운 아침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제 본격적인 노르망디 여정의 시작점인 페캉Fecamp으로 향한다. 페캉은 이포르의 북쪽이라, 이날의 주 목적지인 에트르타와 반대 방향이지만 거리도 가깝고 해서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파리 왕복 구간을 빼면 이번 노르망디 여정은 가장 북쪽의 페캉에서 시작해서, 서남쪽 방향으로 이포르, 에트르타, 르아브르, 옹플뢰르, 트루빌, 도빌, 캉, 몽생미셸, 생말로 등으로 이어진다.
페캉Fecamp
노르망디를 일주일 정도 여행하시는 분이라면, 하루정도 묶고 가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유서 깊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다.
9세기에 이 지역을 정복한 노르만 바이킹들은 이곳을 노르망디의 수도 중 하나로 삼고 본격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 후손인 노르망디 공작의 궁전 등 아직도 바이킹의 유적들이 남아 있는 고도이다. 이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도 있다. 중세에는 중요한 순례지이기도 했고, 근대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대구 어업 항구로 유명해졌다.
날씨가 맑을 때의 페캉 항구 모습은 이런 모습이다. 어느 휴양지 못지않게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이포르에서 페캉 시내까지는 차로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차로 시내를 대충 돌아보니 생각보다 더 예쁜 항구도시다.
생각 같아서는 한 반나절 시내 구경을 했으면 좋겠는데, 처음부터 일정이 늘어질 것 같아 언덕으로 올라가 페캉시를 한번 내려다보는 걸로 가름하기로 했다.
항구 바로 위로 큰 언덕이 보여 그곳으로 올라가는데, 커브길이 많아 꽤 많은 집들을 지나쳐서야 올라올 수 있었다.
막상 올라가보니 커다란 평지가 나타나고 넓은 주차장도 있고 해서, 페캉 경치를 한 눈에 구경하기에 완벽한 장소이다. 여기서 하이킹을 해도 참 좋을 것 같다.
언덕에 올라가면 노르망디 해변의 시그니처 뷰인 회색 석회암 절벽과 그위의 평원들이 보인다. 날씨가 흐린것이 아쉽지만 언덕에서 실제로 보는 뷰는 정말 멋지다.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여기서 보는 페캉의 야경도 멋질 것 같다.
언덕에 성당이 있어 잠시 들르기로 했다. 이름도 노트르담 성당이다. 프랑스 어딜 가나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것 같다.
돌로 지어진 성당은 주변의 휴식 공간마저 돌이다. 인근에 나무 숲이 별로 없기도 하고, 바람도 엄청 세서 스톤 벤치가 적절한 것 같다.
척박했던 어느 시절의 역사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언덕아래의 화려한 건물들과 아주 대조적이다. 건물에 사용된 돌들 크기가 제각각인걸 보면, 이 돌들도 어렵게 구해 왔으리라 짐작된다.
깨알같이 맞춰진 돌들을 보다 보면 이곳을 지은 수도사들의 고행이 느껴진다.
아담한 성당이지만, 성당을 다니는 아내에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잠시 기도를 드리고 다음 장소인 에트르타로 이동한다.
운전하느라 바빠서 언덕아래 페캉 시내를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베네딕틴 궁전을 비롯해서 볼거리가 꽤 있다. 동네도 너무 예쁘다. 파리에서 당일로도 올 수 있는 거리라, 파리에서 에트르타를 차로 여행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Home | Office de Tourisme de Fécamp
en.fecamptourisme.com
언덕 위에서 차를 돌리다 보면 풍력 발전 설비들이 보인다. 이곳의 거센 바람을 느껴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장면이다.
에트르타Étreta
페캉에서 시골길로 30분도 안돼 에트르타에 도착했다. 그 유명한 코끼리 바위가 있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
어릴 때 읽었던 괴도뤼팡 기암성의 배경이기도 하고, 모네와 모파상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노르망디의 소도시이다. 최근 넷플릭스의 프랑스 드라마 뤼팽 시즌1의 배경이기도 하다.
언덕 위에서 에트르타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먼저 주차를 했다. 이곳은 조그만 성당(역시 노트르담이다)과 기념관 말고는 다른 시설이 없어 주차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언덕을 내려오면 에트르타 마을 여기저기에 유료 주차장들이 있다. 자리가 있으면 해변 가까운 곳을 추천한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에트르타 시내는 걸어서 돌아보는데도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언덕 위는 상업시설이 못 들어오게 엄격히 관리하는지 조그마한 성당과, 최초로 파리-뉴욕 횡단을 시도하다 실종된 비행사들을 추모하는 기념관만 있다.
조형물이 가리키는 방향이 두 조종사가 비행 한 뉴욕 방향이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뜻깊은 기념비가 남았다.
비수기인 늦가을에 가서 그런지 언덕 위에는 관광객들도 많지 않았고, 날씨도 스산해서 에트르타 해변과 코끼리 바위를 바라보며 사색하기에 좋은 날이었다.
언덕 위 벤치에서 바라보는 에트르타의 뷰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문제는 벤치가 딱 하나라서 누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마냥 앉아 있기가 미안하다. 생각 같아선 하루종일 앉아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다.
이 분들 뒤에서 조용히 때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
드디어 우리 부부도 여기서 인생컷 하나 남기고 간다.
벤치에 앉으면 딱 이런 시야가 펼쳐진다. 코끼리 바위 등 뒤로 골프장이 보인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그다지 좋은 스코어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
평범한 벤치 같아 보이지만 나름 사연이 있는 기념물이었다. 팻말 내용을 대략 보면, 평생을 이곳에서 사셨던 분이 기증한 것 같다. 기왕이면 몇 개 더 만들어 주심 좋을 텐데.
성당 주변으로 넓은 잔디밭이 있다. 여기를 그냥 왔다 갔다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어릴 적 읽던 소설책의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곳이다.
이제 언덕을 내려와 해변가 근처에 주차를 하고 바닷가로 나가본다.
이후는 다음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이어지는 노르망디 여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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