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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렌트카 여행 : 에트르타 -> 르아브르이런나라 저런나라 2024. 11. 9. 08:13
에트르타 언덕에서의 망중한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차를 다시 몰고 언덕을 내려와 바닷가 쪽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다로 나가 본다.지도의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에트르타 관광안내소가 있는 메인 광장이다. 여기서부터는 노르망디 특유의 목조건물로 된 상업시설들이 많이 보이면서 관광지 느낌이 팍팍 난다.
노르망디의 집들은 기본적으로 돌이나 벽돌을 많이 사용해 진한 톤의 컬러가 많은 편이고, 목재 구조가 외벽으로 노출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노르망디식 목조건물들인데 어찌 보면 알프스 산장 같기도 하고. 여하간 파리나 밀라노 같은 데서 보던 대리석 건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드디어 코끼리 바위
(Falaises d'Etretat)언덕 위에서 보던 느낌과 바다로 내려와서 보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가까이서 보니 바위가 거대하면서도 디테일이 절묘하다.
마치 종이를 쌓아놓은 듯한 수평선들이 층층이 그려진 석회암 절벽의 텍스쳐와 코끼리 바위의 형상이 매우 비현실적이다. 모네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이 이곳을 그리고 싶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노르망디 소도시들에는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남아 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그림이다.
바닷가 산책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 남녀노소 걷기가 아주 좋다. 이곳 주민들은 매일 여기를 산책하실 테니 복 받으신 분들이다.
점심은 에트르타 바닷가 카페 샌드위치로 정했다.
이 동네 맛집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여기 경치가 최고의 반찬인데 뒷 골목 식당은 뭐 하러 찾아보나.요대목에서 인생컷 넘버2 건지고 간다. 샌드위치 맛은 기억이 없는데, 먹었던 자리는 영원히 기억된다.
옆에 계시는 여사님은 프랑스 분인 것 같은데 한참을 멍하니 계신다. 사진은 한 장도 안 찍으시는 걸로 보아 이 동네 사시는 분 같다.
여름휴가철에 쓸 것 같은 보트들이 보인다.
쌀쌀한 가을인데 물에 들어가 수영하는 분들도 있다. 바이킹이 정복한 노르망디라 그런가. 여하간 북쪽에서 온 백인들은 추위에 매우 강하다.에트르타의 해변은 모래보다 자갈이 더 많다. 해변으로 내려가니 흐린 날씨 때문에 스산한 느낌도 든다.
코끼리 바위 등뒤 골프장쪽 언덕으로 올라가 봤다.
위에서 보니 절벽의 높이가 아찔하다. 절벽아래 사람들이 개미만큼 작게 보인다. 가까이서 보는 노르망디의 절벽은 멀리서 볼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2차 대전때 독일군이 절벽을 파내어 만든 벙커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곳에서는 제발 싸우지 말자.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기념품 가게에 들러보니 별로 살만한 것이 없다. 그림 한 장 기념으로 사 왔는데 사이즈가 애매해서 아직 액자를 못했다...
액자를 주문해서 좀 제대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아직도 거실 인터폰 위 틈새에 끼워져 푸대접을 받고 있다. "나 이래 봬도 후기인상파의 고향 에트르타에서 온 그림야!, 알써 쫌만 기다려..."
이제 에트르타 구경을 마치고 가장 아름다운 콘크리트의 도시, 르아브르로 넘어간다.
르 아브르 (Le Havre)
현대유럽건축을 공부하거나 전공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유럽 도시가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고, 또 하나가 바로 프랑스의 르아브르이다.
르아브르는 세느강이 대서양과 만나 바다로 나가는 위치에 있어 한국의 인천과 비슷한 위치이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이 건축적으로 독특한 이유는 콘크리트 재료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도시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때 폐허가 된 이 도시는 1950년대 프랑스의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의 주도로 현대적인 도시 계획에 따라 재건되었다.
이 재건 덕분에 2005년에는 르아브르의 도심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지금까지도 콘크리트는 가성비 재료로 쓰인다. 건물을 빨리 튼튼하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푸집을 쓰는 재료의 특성상 임의의 형상이나 텍스쳐를 만들기 어렵다. 설사 공을 들여 만들어도 회색 시멘트의 차가운 느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르아브르에 가면 그런 상식이 뒤집힌다.
에트르타에서 40분 정도면 르아브르에 도착한다. 도시 이름과 같은 '르아브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의 르아브르와는 느낌이 너무 달라 도시를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되었다.
차를 몰고 시내로 들어오면 그새 좀 적응이 되었는 북부 노르망디 마을들과는 완전히 다른 포스트 모던 건축물들이 계속된다.
여기서는 성당만 들를 거라 공부를 별로 안 하고 왔는데, 운전하면서 처음 보는 르아브르의 도시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도 페캉처럼, 일주일이상 노르망디를 여행할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꼭 하루 묶고 가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예쁘다기보다는 도시가 너무 멋있다.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됐기에 딱 한번 제대로 도시 전체를 재설계할 기회를 멋지게 마무리 한 오귀스트 페레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이날 저녁 몽쉘미셸 근처 마을까지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부득이 르아브르의 랜드마크 생조셉 성당만 보고 간다. 여기는 노트르담이 아니네... 성당 주변에 길거리 주차(유료)가 가능하다.완전 콘크리트로만 지어진 생 요셉 성당이다. 르아브르를 기획한 오귀스트 페레가 설계한 프랑스 대표 현대 건축물이다.
실제로 보면 건물의 높이가 100미터가 넘어 상당히 규모가 크다.콘크리트 외벽의 섬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950년대 건축물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1만 2천 개라고 하는데... 콘크리트로 이런 디테일을 구현했다는 것과, 그것을 기획하고 실천했다는 것에 감동이 밀려온다.
이걸 만든 분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나오는 길에 성당 외벽을 만져보았다. 콘크리트 위에 바다 자갈들이 붙어 있어 전혀 다른 텍스쳐를 느끼게 해 준다.
바닥은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돌 느낌을 주는 콘크리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출발전, 성당근처 PAUL 빵집에서 간식을 먹고 간다. 우리 아내는 이 빵집을 너무 좋아한다. 피자빵과 프렌치프라이다. 두툼한 감자와 마요네즈 조합이 별미다. 관광지가 아니면 서유럽에서는 토마토 케첩을 잘 먹지 않는다.
르아브르를 성당 하나 보고 가는 게 너무 아쉽다. 다음에 또 오는 걸로 하고,
몽생미셸을 보러 노르망디 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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