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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렌트카 여행 : 르아브르 -> 몽생미셸이런나라 저런나라 2024. 11. 10. 14:17
콘크리트 예술의 극치를 보여 준 멋진 도시, 르아브르를 떠나 몽생미셸 근처 숙소까지 이동한다. 220km 정도로 서울-대구 거리인데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고 쭉 뻗은 직선 평지구간이라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길이다.
르아브르에서 옹플뢰르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사장교, 노르망디 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달린다. 세느강이 대서양과 합류하는 곳이라 다리의 길이가 2km가 넘는다.
한국의 인천대교와 비슷한 느낌인데, 경사가 심해 다리가 엄청 높아 보인다.
노르망디 대교를 달릴 때 눈에 띄는게 바람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받게 설계한 가로등 디자인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날아가는 새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몽생미셸 수도원은 노르망디 서남쪽, 바다가 잘룩하게 들어온 위치에 있는 섬에 있다. 육지와 가깝지만 거대한 갯벌지역이라 다리로 연결된다.
몽생미셸 주변은 엄격하게 출입이 제한 된 구역이다. 꺄세흔느Caserne라는 바다와 면하는 마을 거주자와 그곳 호텔 투숙자 이외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나는 몇백 미터 떨어진 곳의 가성비 호텔을 잡았다.
꺄세흔느 호텔쪽에는 주로 단체관광 손님들이 많이 보이던데, 대중교통으로 오신 분들께는 편리한 위치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깜깜하다. 주변은 다 논밭이라 적막하기만 한데 가끔 말발굽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가보니 벌판 넘어 몽생미셸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동화 속의 나라 같은 몽환적인 풍경이다. 하늘엔 많은 별들이 보인다. 매우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호텔로 들어오니 가성비 호텔이지만 숙소가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하룻밤 묶어가는 자동차 여행자에겐 아무 불편함이 없는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아침에 호텔밖으로 나가보니 찐 노르망디 시골 분위기다. 중세의 농부가 된 느낌이다.
몽생미셸을 바라보며 야외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지만, 날씨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호텔 조식으로 나오는 빵, 치즈, 햄 등이 나오는데 미련하게 다 먹어 본다. 크로와상과 바게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가 없다. 짜장과 짬뽕 같은 영원한 라이벌.
흔한 기계로 내리는 커피인데, 왜 여기 커피는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커피잔의 크기나, 커피의 농도가 최적이다. 일본 손님들이 많이 오는지 친절한 가타카나 스티커도 붙어 있다. 와카리마시따.
몽생미셸(Mont-Saint-Michel)
드디어 몽생미셸로 간다. 이거 보러 참 먼 길을 왔네. 일단 몽생미셸 공식사이트의 멋진 사진 몇 장 모아 본다.
8세기부터이니 우리나라 통일신라 때부터 지어진 수도원이다. 수백 년간 조금씩 더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때는 요새로도, 프랑스혁명 때는 감옥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파리의 에펠탑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아닐까 싶다.몽생미셸 공식사이트를 한번 보고 가면 좋다. 운영시간 및 휴무일 등의 정보와 주차장 예약을 할 수 있다. 비수기에는 예약이 필요 없어 보인다.
꺄세흔느Caserne 및 주차장
캬세흔느는 몽생미셸섬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관광 특구이다. 내가 머물렀던 외곽의 호텔에 비해서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관광버스와 단체 관광객분들이 많이 보이고 식당과 마켓도 여러개 있다.
차를 가지고 오는 분들은 파란색으로 'Main Entrance'로 표시된 입구로 들어와 주차한 후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몽생미셸 입구까지 셔틀버스로는 10분, 걸어서는 40분 거리이다.
주차장이 넓어 주차한 후 위치를 잘 기억해야 한다.
셔틀을 타고 가다 보면 걸어가시는 분들도 꽤 보인다. 이런 여유가 부럽다. 저는 오늘 일정이 좀 많아서...
마차를 타고 갈 수도 있나 보다. 나름 낭만 있어 보인다.
드디어 수도원이 보인다. 천년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이다. 날씨 탓인지 좀 음산한 느낌도 든다.
입장료를 내야 하고 17세 이하 청소년은 할인해 주기 때문에 신분증(여권)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여기 프랑스 직원들은 동양인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 같더라.
밖에서 보는 것보다 많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대략적인 위치들은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천년이 넘는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다 보니 방문객의 취향에 따라 선별적으로 보게 된다.
기본적으로 입구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계속 계단을 오르는 코스이다. 여기는 건물이고 길이고 모두 돌이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바로 기념품가게, 호텔, 식당이 줄지어 나온다. 역시 관광지다.
올라가다 보니 이 식당이 마음에 들어 내려올 때 뭐 좀 먹고 가기로 한다.
잠시 체험하는 순례길
입구 쪽의 상가들을 지나고 가면 본격적인 계단들이 나타난다. 십자가와 천년 가톨릭 역사가 시야로 들어온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북적대는 가게들과 위로 보이는 풍경이 매우 대조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이곳에 오시는 것을 말리고 싶다.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은 힘든 계단의 연속이다.
거의 다 올라오면 조그만 기념관에 시기별로 이곳이 증축된 모형들을 전시해 놓았다. 몇백 년 공사인데 사진 몇 장으로 보기엔 좀 미안한 느낌도 든다.
마지막 코너 모서리벽에 있는 조각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오면 드디어 광장이 보인다.
광장에서 육지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엄청난 크기의 갯벌이다.
입구에서 본 학생들은 갯벌 체험을 하나보다. 단체 수학여행을 온 것 같던데,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석양이 질 때는 정말 멋질 것이다.
다른 쪽으로 내려다보니 성안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집들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아찔한 절벽이 보인다. 그 옛날에 이 갯벌에 이런 건물을 지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몽생미셸 수도원
(Abbey of the Mont-Saint-Michel)광장에 올라오면 성당과 금빛 첨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게 더 높게...
프랑스 여느 성당 못지않은 엄청난 높이의 돔 천장 내부가 감동적이다. 논밭과 갯벌밖에 없는 이 주위를 둘러보다 들어온 뒤라 더욱 경외심이 느껴진다.
별다른 장비도 없던 시절에 사람의 손으로 이 높은 곳에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니 참... 대단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유명한 사찰들은 그 건축미와 자연미가 매우 아름답다. 특히 단풍철 사찰 경내는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예술작품 못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몇 백년 동안 계속해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성당은 지금도 짓고 있으니.
여하간 이 곳의 종교 건축은 당시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높이까지 짓는 것 같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건축 과정에서 희생 되셨을 것이다. 이 공간이 주는 경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아내가 이 공간에서 한참 동안 기도 드리고 명상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예배당 앞 광장으로 다시 나가서, 인생컷 몇 장 남기고 몽생미셸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특히 여기서 내려다 본 광활한 노르망디의 갯벌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점찍어놨던 식당서 점심을 먹고 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안에서 프랑스 음식 언제 또 먹어볼까 싶어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얇고 긴 바게트가 일품이다.
몽생미셸에 올 계획이 있는 분들께는 꼭 오후에 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광활한 갯벌 위로 펼쳐지는 낙조의 풍경이 장관이다. 사실 나는 이 광경을 못 보고 사진으로 찾아봤다.
이번 여정에서 경험한 가장 이상적인 시간대는 오후에 와서 수도원을 둘러보고, 몽생미셸섬의 낙조와 야경을 감상한 후 하루를 근처에서 묶고 다음날 아침 이동하는 것이다. 파리에서 당일로도 가능한 거리이다. 여하간 야경은 꼭 보셔야 한다.
깊은 울림이 있었던 천년역사의 공간을 뒤로하고 이제 도빌/트루빌을 거쳐 마지막 여정인 옹플뢰르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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