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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렌트카 여행 : 도빌/트루빌 -> 옹플뢰르이런나라 저런나라 2024. 11. 16. 07:59
몽생미셸을 출발하여 노르망디 해안의 대표적 휴양지 도빌, 트루빌을 거쳐 숙소를 잡은 옹플뢰르로 향한다. 약 200km 구간이다. 고속도로가 잘 안 막히다 보니 이 정도 거리는 드라이빙하기 딱 좋은 거리이다.
원래 계획에는 생말로까지 갔다 오려고 했으나, 파리로 돌아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이라 이번에는 패스했다.
가는 여정 중간에 있는 캉Caen도 잠깐 들러볼까 하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역시 이번에는 패스했는데, 못 보고 온 것이 가장 아쉬운 지역이다.
캉Caen
노르망디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다 보면 그 중심에 있는 캉Caen이라는 도시를 지나게 된다. 노르망디의 주요 도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인데, 알고 보니 노르만 바이킹 정착시절 북쪽의 페캉Fecamp에서 이곳 캉Caen으로 수도를 옮겼다고 한다.
그래서 캉 주위에는 초기 바이킹의 노르망디 정복 역사부터, 그들이 후대에 정복한 잉글랜드, 또 그들이 다시 침략한 백년전쟁 등 많은 중세 유적들이 남아 있다.
파리 방향의 루앙Rouen 지역과 더불어 노르망디 역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하루씩 머물면서 유적지 투어를 해보시길 추천한다.캉 근처 박물관에서는 노르만 바이킹의 후손 '정복왕 윌리엄'이 11세기 잉글랜드를 정복한 서사를 무려 71m의 모직천에 자수해 놓은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를 구경할 수 있다. 윌리엄왕도 이곳 캉에 묻혔다.
캉 주변이 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이곳이 2차 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캉 주변의 다섯 군데 해안으로 미국, 영국 및 캐나다 연합군 15만 명 이상이 투입된 2차 대전 최대의 전투이다.
이 전투로 몇 달 뒤 파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으나,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에만 4천4백 명의 연합군이 전사했다. 파리를 탈환하기까지 무려 3만7천 명의 연합군이 전사했다.
이들 장병 중 일부의 영혼이 캉 근처 묘지에 잠들어 있다. 먼 미국, 캐나다 땅에서 이곳 프랑스까지 와서 4천명이 넘는 장병들이 하루 만에 전사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역사이다. 프랑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한테 잘해야겠다.
이렇게 들러보지 못한 캉은 자료로만 둘러본다. 진짜 꼭 갔어야 했는데... 아쉽다.
도빌Deauville
캉 근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도빌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날씨가 우중충 했는데, 도빌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쨍 해졌다.
운전하면서 느끼는 도빌의 첫인상은 완전 휴양지 같다. 바닷가에 요트들이 보이고 건물들도 화사해진다.
제일 먼저 유명한 도빌 해변으로 오니 모래사장의 사이즈가 어마무지하다. 이곳에서 세계 승마대회 이런 행사들이 열린다고 하는데, 해변이 너무 넓다 보니 주차하고 너무 먼 거리를 걸어야 해서, 그냥 차로만 보고 가기로 했다.
도빌 해변은 우리 부모님 세대분들은 다 아시는 프랑스 영화 '남과 여'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해변은 포기하고 잠시 차에 내려서 해안가 마을을 좀 돌아봤다.
이곳의 분위기는 확실히 화사하다. 건물 색깔도 그렇고. 파리 사람들이 좋아하는 휴양지라는데, 파리에서 거리도 가깝고 바다도 광활하고 날씨도 좋다. 왜 파리지엥들이 이곳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팍팍된다.
트루빌(Trouville-sur-Mer)
이제 도빌과 붙어 있는 예쁜 도시 트루빌로 넘어간다. 차를 동쪽으로 몰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빌에서 트루빌로 이어진다.
프랑스어 발음은 "트후빌르-슈흐-메흐"에 가깝다. 프랑스어나 포르투칼어는 R 글자를 우리의 'ㅎ'과 비슷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어에는 없는 격한 'ㅎ' 발음이라 참 따라하기가 어렵다.
북유럽의 네덜란드, 덴마크어 등은 'G' 글자를 마찬가지로 격한 'ㅎ'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따라하면 다들 웃는다.
사실 지금의 영어는, 노르망디의 윌리엄왕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이후 정착된 프랑스어와 토착 고대영어가 섞인 언어이다. 이런 관점에선, 프랑스어 발음이 더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는데, 암튼 한국인에게는 참 어려운 발음이다.
트루빌 역시 차로 지나가면서 보고만 간다. 파리를 옮겨 놓은 듯한 작고 예쁜 도시이다. 노르망디 특유의 북유럽 느낌도 잘 살려서 파리보다 더 예쁜 느낌이다.비교적 새 건물이 많은 걸 보면, 2차 대전 때 여기도 많은 피해를 입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동네에서 50~60년 된 건물들은 나름 새 건물이다.
Plage de Criqueboeuf
트루빌에서 옹플뢰르로 이동할 때 내비에서 안내해 주는 큰길을 무시하고 바닷가를 따라 시골길을 달려 봤다. 옹플뢰르까지는 시골길로 가도 20분 정도면 가는 가까운 거리다.
중간쯤 왔을 때 너무 예쁜 스파 호텔이 보여서 무작정 들어가 봤다.
호텔 뒤로는 플라즈 드 크리크뵈프(Plage de Criqueboeuf)라는 이름의 해변이 있고, 호텔 앞으로는 넓은 잔디밭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여기서 스파를 하면 좋은 힐링이 될 것 같다.
다음에 이곳을 오면 숙소는 무조건 이 호텔로 오기로 하고 다시 차를 돌려 나간다.
옹플뢰르Honfleur
드디어 후기인상파의 마을 옹플뢰르에 도착했다.
도빌, 트루빌을 거쳐 와서 그런지 첫 느낌은 차분하고 예쁜 시골마을 느낌이다.도빌, 트루빌에 비해서는 좀 더 역사가 깊어 보이는 건물들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객실 바로 앞에 차를 댈 수 있어 매우 편리한 호텔인데, 옹플뢰르 시내까지 걸어서 10분 정도로 가깝다.
짐이 많은 여행객분들께는 아주 편리한 곳이다. 바로 길건너에 까르푸 마트가 있어 먹거리도 금방 사 올 수 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욕조인가. 욕실이 운동장 만하다.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너무 좋은 호텔이다.
아까 지나가다 본 스파호텔도 좋았는데 담에 오면 어딜 가야 하나...
좀 쉬었다가 저녁먹으러 시내로 나가는데 길거리가 너무 예쁘다.
왜 많은 후기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을 사랑했는지 이해가 된다. 특히 가로등에 달려있는 덩굴꽃은 다른 노르망디에서는 보지 못한 섬세한 아름다움이다.
부둣가에 많은 요트들이 보인다. 지리적으로 대서양과 세느강이 만나는 곳이라 어업이 주 산업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구 제조업이 주 산업이라고 한다.
부둣가의 건물들이 폭이 좁고 옆집과 빈틈이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북유럽의 암스테르담, 델프트, 코펜하겐 같은 운하의 도시들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어찌 보면 베네치아 느낌도 좀 난다. 암튼 동네가 예쁘다.
도빌에 있을 때는 날씨가 쨍하더니 금세 우중충해졌다. 비가 올 분위기라 저녁을 좀 일찍 먹기로 했다.
옹플뢰르 시내에는 의외로 큰 공영주차장이 여러 군데 있다. 도빌 쪽에서 숙박하시는 분들은 부담 없이 차를 가져와도 되겠다.
노르망디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 정통 노르망디 요리를 맛보기로 했다. 공영 주차장 앞에 예쁜 식당들이 몰려 있다.
몇 군데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좀 일찍 와서 우리가 첫 저녁 손님이다.
굳이 검색은 해보지 않았다. 그냥 이 식당이 너무 맘에 들어서 무작정 들어갔다.
아내와 나 각각 두 가지의 코스요리를 주문했더니 처음 접해보는 다양한 요리들을 계속 가져다준다. 특히 스프가 예술이다. 아내가 먹은 생선스프는 비리지도 않고 맛이 일품이다.
바닷가라 그런지 홍합 인심이 좋다. 큰 냄비 한가득 가져다 준다. 심지어 두툼한 감자튀김과 바게트도 너무 맛있다.
디저트로 여러 가지 치즈가 나오는데 배가 부른데 다 먹어본다. 프랑스 치즈는 실패가 없는 것 같다. 옹플뢰르에서의 저녁은 아주 좋은 기억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건너 마트에 들러 소소한 주방용품들과, 저녁 식당에서 마셨던 사과주Cidre 한 병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마트 구경하기는 각 여행지마다 필수 코스다.
다음날 아침, 호텔조식을 먹고 출발한다. 시골 호텔이지만 조식으로 나오는 빵은 파리의 여느 빵집 못지않게 맛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빵에 진심인 민족이다.옹플뢰르를 출발하여 약 220km를 달려 파리 공항으로 향한다. 중간에 휴게소 군것질 타임까지 포함해서 약 세 시간 정도 걸린다. 희한하게 매일 이동거리가 200킬로 남짓으로 비슷한데 딱 요정도가 운전하기 좋은 거리인듯하다.
샤를 드골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렌터카를 반납하고, 오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잘 돌아왔다.
이번 노르망디 여행은 기대 이상의 볼거리로 가득했다. 가는 곳마다 나름의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어 좋았는데,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한 일주일은 있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들러보지 못한, 캉, 루앙 등의 지역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페캉, 르아브르, 도빌/트루빌 등을 다시 찬찬히 둘러보면 알찬 여행이 될 것 같다.
이어지는 노르망디 여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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